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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by 슬기맘오똑이 2023.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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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여섯 번째 책으로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을 만났다.

다른 책에 비해 책의 두께가 얇아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넘겼다.

 

 

열정적이고 재빨리 소진되는 생명을 가진 여름이 시작되었다. 긴 낮은 찌는 듯했지만 불타는 깃발처럼 금방 타을라 버렸고, 짧고 무더운 달밤 다음에는 짧고 무덥고 비 내리는 밤이 이어졌다. 화려한 몇 주가 꿈처럼 빠르게, 온갖 형상들로 충만하여, 열병처럼 달아오르다가 사그라졌다.(p9)





첫 문장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 재빨리 소진되는 생명', '열병처럼 달아오르다 사그라졌다' 책의 제목이 마지막 여름이 주는 의미가 헤르만 헤세의 책에서 매번 화두가 되는 죽음을 의미함을 직감적으로 알 수가 있었다,

 

 

 

오늘은 결코 다시 오지 않으며 오늘을 먹고 마시고 맛보고 냄새 맡지 않는 사람에게
영원히 절대로 두 번 다시 주어지지 않는다는 거야.
태양은 두 번 다시 오늘처럼 빛나지 않을 거야.(p32)



1차 세계 대전의 폐해와 가정 붕괴라는 이중고로 인해 정신적 위기를 겪게 된 헤세는 1919년 여름 네 주 동안 미친 듯이 써 내려간 이 작품을 통해 자심의 고통을 문화로 승화시킨 작품이라고 한다.

글의 전체에서 고통의 순간을 글로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자연주의적 표현에서 새로운 표현으로 강렬한 붉은 색의 표현이 죽음이요, 몰락이요, 타버리는 불꽃의 소멸에서 포도주의 새로운 탄생을 이야기한다.

죽음의 순간에 다시오지 않는 오늘을 불꽃처럼 살아가라는 화두를 던져주었다.

 

느낌이란 모두 좋은 것이라오, 증오도, 시기도, 질투도, 심지어는 끔찍함
조차도. 우리는 가련하고, 아름답고, 멋진 감정 외의 다른 어떤 것으로도 살 수 없다오. 
우리가 어떤 감정이든 그르다고 하는 것은 하나의 별을 지위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오.(p54)

 

 

'느낌이라는 것이 무엇이든지 좋은 것이다'라는 표현에서  애써 외면하려는 감정들을 마주바라보게 되었다.

부정적인 생각은 억누르고 좋은 감정으로 포장하려는 나에게 일침을 가한다.

내가 느끼는 그 감정을 사랑하고 받아들여라, 모든 것은 바로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이니 류시화 시인이 이야기한 것처럼 '두려움아, 안녕 어서 와 ' 환영을 하라는 헤세의 말이 내 별이 빛을 잃지 않는 방법이다.

고통의 순간을 처절하게 부여잡고 그림으로 승화한 헤세의 고뇌를 알 수 있다.

 

 

감정에 대한 명징성, 행위에 대한 '영향력' 과 결과 등은 훌륭하고 안정된 사람들, 
인생을 신봉하며 어떤 모험도 하지 않는 사람들만이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내일이나 모레가 되더라도 그 모험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오. 
나는 불행하게도 그런 인간 부류에 포함되지 않소. 
그래서 나는 내일을 믿지 않으며 하루 하루를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느끼며 행동하고 있소(p55)

 

'감정에 대한 명징성' 가지고 있는가? 정확하게 알고 분명히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처럼 명쾌한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도 명쾌하지 않다. 그러므로 오늘이 마지막날처럼 살고 느끼고 행동한다는 헤세의 절대적인 감정을 확인할 수 있다.

여름 한 낯의 열정처럼 그렇게 뜨겁게 살아간 클링조어의 삶이 아름답다.

 

 

누구나 자신의 별을 가지고 있고, 누구나 자신의 신앙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믿는 것이라고는 단 한 가지, 몰락뿐입니다. 
우리는 마차를 타고 심연을 건너고 있는데, 말들이 겁을 먹은 것입니다. 
우리는 몰락하고 있습니다(p62)

 

 

클링조어는 빵과 포도주를 즐겨먹는다. 포도가 태양의 뜨거운 선물로 탄생하고 타고 사라지는 순간 깊은 숙성의 시간을 지나 부패가 아닌 발효로 새롭게 포도주로 태어났다,

포도주를 마시면서 인생의 맛을 느낀 것이 아닐까?

한 잔의 포도주에 뜨거운 열기를 마시고 한잔의 포도주에 소멸의 쓴 맛을 마시며 또 한 잔의 포도주에 오지 않는 내일을 위해 건배하지 않았을까?

포도주를 음미하며  몰락의 맛을 느낄 수 있을까?

 

'도대체 우리가 운명을 바꿀 수 있소? 의지의 자유란 것이 존재하기나 하나요?
만일 그렇다면 점성술사 당신이 내 별을 다른 쪽으로 돌려놓을 수 있겠소?
돌려놓지는 못하지요, 나는 다만 별을 해석할 뿐이오.
돌려놓는 일은 당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오. 의지의 자유는 있습니다. 그걸 마술이라고 하지요.(p68)





'의지의 자유'는 마술이다. 누가 해줄 수 없고 단지 내 자신이 키를 잡고 할 수 있는 것, 의지의 자유라는 단어의 힘이 곧 마술로 연결되어 더욱 신비롭고 경이롭게 만든다.

내 몸속에 움틀대는 '의지의 자유'가 과연 어떤 마술을 보여줄 것인가?

꿈틀대는 의지의 자유에게 날개를 달아주자.

 

 

 

그런테 무엇 때문에? 
무엇 때문에 이 모든 그림들은 색채로 가득 차 있는가? 
무엇 때문에 이 모든 수고, 이 모든 땀방울이 모든, 느닷없는, 도취한 창작 욕구가 존재하는가?
 구원이 있었는가?
휴식이 있었는가?
평온이 있었는가?(p81)

 

무엇 때문에? 나는 꿈을 꾸는 것일까? 나만의 색채를 가지고는 있는 것인가? 책을 읽고 탐색하며 찾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삶의 구원을 찾는 것일까? 아니면 내게로 가는 안전한 휴식을 원하는가?

머릿속이 더 복잡하고 생각의 꼬리가 어지럽게 엉켜있는 느낌은 왜일까?

 

 

클링조어의 말들이 아름답다. 살아서 피어나는 꽃의 향기가 길이길이 전해진다.

 

* 아 수천 가지 삶의 가능성이 대기하고 있고, 수천 개의 가득 채워져 있구나! (p16)
* 우리가 하는 예술 행위 전체가 보 상일뿐이라고. 놓쳐 버린 삶, 놓쳐 버린 동물성, 놓쳐 버린 사랑에 대해 힘들고도 열 배나 더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는 보상이라고 말일세(p23)
*각자 자기 길을 갔고 각자 자신을 위해 존재했으며 각자 자기 집을 찾았고, 각자 하늘아래 혼자였다.
그들은 구르듯 녹듯이 모두 그렇게 사라졌다(p53)
* 내 생각을 표현하려고 애썼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구려, 표현된 생각이란 언제나 죽은 것이라오. 생각을 살려 봅시다!(p55)
* 하늘에서는 살인 충동에 불타 미쳐 날뛰는 정신병자처럼 해와 달이 쫓기듯 달려가고, 하루는 또 하루를 몰아대고 자루에 난 구명으로 새듯 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있다네.(p83)

 

한 문장 한 문장이 시어처럼 아름답게 흐르고 그 강물에 흠뻑 젖어든다.

 

 

 

너 자신이 돼라
그러면 세상은 풍요롭고 아름다울지니 (싯다르타 )

 

클링조어의 삶 속에서 나는 왜 무엇을 위해아간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인가?

자신의 고통과 죽음까지도 사랑하며 살아간 클링조어의 뜨거운 여름날처럼 내가 나로 살아가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소중히 오늘을 즐기며 살아가고는 있는 것인가?

세상의 많은 별들 속에 하나의 별 나는 무엇으로 이 밤을 밝힐 것인가 이글대는 열대야 밤에 잠 못 이루고 뒤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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