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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황야의 이리-헤르만 헤세

by 슬기맘오똑이 2023.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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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여덟 번째 책 <황야의 이리>를 읽었습니다.

헤르만 헤세 책은 어렵습니다. 지난번에 읽었던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은 헤세의 자서전적 소설로 몰락속에서 새로운 탄생의 승화를 이야기하며 그림으로 내면의 열정을 치열하게 쏟아냈습니다.

<황야의 이리>는 병적이면서도 아름답고 환성적이면서도 대담한 헤세의 진가를 보여준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에 크게 기여했다고 합니다. 

헤세가 살았던 시대적 대격변기에서 깨어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뼈아프게 느끼며 고통과 고립된 삶속에서 죽음을 생각할 만큼 힘든 시기를 견디며 쓴 책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시대적인 배경을 알고 본다면 어렵지만 조금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고통은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모든 고통은 우리의 고귀함에 대한 기억이다.( p26)

 

읽는 동안 고통의 쓴맛이 목을 타고 넘어왔습니다. 왜 저리도 아플까?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어둠의 굴속으로 자꾸 자꾸 자신을 끌로 들어가는 하리의 삶이 내 허리의 고통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책은 산고의 고통에서 부르짓는 산모의 절규와도 같습니다. 죽을 것 같은 고통, 아니 죽는 것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 탄생의 울음이 터지고 어느 순간에 그 아픔은 견딜만한 통증으로 변하고 새로운 생명의 기쁨을 맞이합니다.

 

고통은 고귀하고 그 고통의 고귀함을 기억하며 사는 것이 삶이 힘들더라도 살아가는데 힘을 주고 용기를 주며 개척하며 살아가게 하는 것 같습니다.

엄마가 되어가는 것처럼 알에서 깨어나는 새처럼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삶이란 무엇일까요?

 

 

 

삶이 그렇게 동요할 때 마다 끝에 무언가를 얻었다.
그것은 자유, 정신, 깊이 같은 것이었고 또한 고독,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 냉정함 같은 것이었다.(P95)

 

흔들리는 바람이 지나가면 꽃잎이 떨어지고 사과는 더 빨갛게 익어가고 나무가지는 휘파람을 불듯이 지나간 자리에는 언제나 흔적이 남습니다.

때로는 아픔, 슬픔, 눈물일지라도  당연히 와야하는 것이고 또 당연히 떠나는 것 같습니다.

스쳐지나가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태어나는 것도 존재의 이유가 있듯이 삶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 모든 상황들이 운명처럼 만나는 것이고 필연으로 온 것입니다.

우리몸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무기질, 비타민과 물이 어느 것 하나 부족하거나 빠지면 치명적인 병을 초래하게 됩니다.

나의 삶에도 필요한 필수 영양소가 매일 매일 공급되어야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내게 필요한 영양소이다'라고 생각해야 겠습니다.

 

 

 

'유머'만이 인간 존재의 모든 영역을 망라하면서, 그것을 자신의 프리즘을 통과하는 빛들과 통합시킬 수 있다.
세상을 부정하면서 세상에 사는 것, 법을 존중하면서도 법을 넘어서는 것, 
소유하지 않는 듯이 소유하는 것, 포기하지 않는 듯이 포기하는 것, 
자주 인용되고 즐겨 요구되는 이 모든 고귀한 삶의 지혜들을 실현해 주는 건 오직 유머뿐이다.(P78)

 

유머로 아무리 예민하고 슬픔이 넘쳐 흘러도 세상과 다시 화해하며 웃음으로 살아내는 지혜를 배우게 됩니다.

진흙속에서 연꽃이 활짝 피어나듯이 생기를 불어넣어줍니다.

헤세가 생의 막다른 길목에서 찾아낸 탈출구가 바로 유머인 것처럼 지금 우리들에게도 지치고 힘들 때 비타민처럼 활력을 찾아주는 웃음이 필요합니다.

 

 

" 나는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서 살아요. 직장에서도 맡은 소임을 다하게 위해 열심히 합니다. 그래서 어느 때는 번아웃이 오기도 합니다.. 또한 노력에 비해 성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실망감도 큽니다' 라고 한 도반이 있었습니다.

"나는 삶을 너무 잔중하게 살지 않아요. '꼭 해야 돼' 라며 의미를 부여하며 살면 힘들어요. 되도록이면 가볍게 살려고 해요. 가볍게 사니까 집착하지 않게 되고 괴로움도 줄어들고 내가 하는 만큼만 하니까 편안합니다" 정토회 에서 도반님이 나누어준 이야기입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 심플하게 사는 사람, 삶을 영위하는 방법이 다르지만 그 삶속에서 활력을 주고 용기를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그렇게 살아가야 합니다.

나역시 너무 진중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살았는데 조금은 경쾌하게 가볍게 살아가는 지혜를 배워야 겠습니다.

그러면서도 본질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겠지요.

음악의 리듬을 맞추듯이 물웅덩이를 경쾌하게 지나가는 아이처럼 나 역시 음악에 맞춰 물웅덩이를 통통 뛰어 넘어가면 삶의 재미를 알아가겠지요.

 

 

 

 

황야의 이리는 그렇게 아프게 울어야 할까

 

*모든 시대, 모는 문화, 모든 도덕과 전통은 나름의 앙식을 가지고 있고, 자기에게 맞는 부드러움과 장고함, 아름다움과 금찍함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고통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어떤 악은 참고 견디는 법입니다. 인간의 삶이 정말로 고통으로, 지옥으로 변하는 건 두 시대, 두 문 화 두 중교가 서로 교차할 때뿐입니다. (p35)

* 할러는 두 시대 사이에 끼어 있는 자였고, 일체의 안정감과 순수함을 상실한 자였다. 인간의 삶이 지닌 모는 문제를 자신의 개인적인 고통과 지옥으로 승화시켜 체험하는 것, 이것이 그의 숙명이었다.(p35)

*내 머릿속에는 수천가지의 영상들이 차곡 차곡 쌓였다(p51)

* 고독은 자유다. 나는 그것울 원했고 수년이 지나서야 그것을 얻었다. 고독은 싸늘했다. 정말이지 고독은 조용하고, 놀랍도록 조용하고, 별이 돌고 있는 저 싸늘하고 고 요한 공간만큼이나 넓었다.(p54)

* 요컨대 황야의 이리는 두 개의 본성, 즉 인간의 본성과 이 리의 본성을 함께 지녔다. 이것이 그의 운명이었다.(p60)

* 영혼은 무수하다. 인간은 수백 개의 껍질로 된 양파이고, 수많은 실로 짜인 천이다.(p85)

 

힐러는 황야의 이리입니다. 자신의 내면에 순수한 인간과 감정과 자연의 본질을 잘 승화하여 본질의 세계를 보면서 또한 욕망, 충동, 쾌락과 잔인함의 어두운 세게에서 승화되지 않은 또 다른 본성으로 두 사이에 끼여서 고통의 늪에 빠집니다.

황야의 이리는 가면 무도회에서 여러 군상들을 만납니다.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지요.

 

자석의 N극 S극이 존재하여 서로가 끌어당기는 것처럼 내면과 본성, 기쁨과 고통, 선과 악, 수많은 대립으로  아프고 그만큼 고통스러운 것이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그것이 고통이 아니라면 삶을 초월한 사람이겠지요.

내 마음속에 있는 이리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횡단보도에서 주황색불에 건너갈까 , 빨강불에 자동차가 오지 않는데 건너가도 될까 일렁이는 유혹의 감정을 애써 부정적인 생각이라 억압하였던 나 자신에서 그것은 일어날 수 있는 감정이야 라고 인정해주는 내가 되어야 겠습니다.

 

마음의 금지선을 넘나들면서 자유롭게 살면  좋을까요?

나의 모습은 무엇일까요?

가면속에 감쳐진 이리의 모습을 찾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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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난 속에서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것이 계속 존재할 내 삶의 재산이요 가치이며, 
잊을 수는 있으나 없앨 수는 없는 별처럼 영원한 체험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의 전설이며 그것의 광채가 파괴할 수 없는 내 존재의 가치라는 것을 알았다. 
내 인생은 고난과 방황과 불행이였고, 체념과 부정을 향해 내달렸다. 
내 인생은 인간 운명의 소금에 절여져 쓰디쓴 것이었으나 또한 풍성하고, 자랑스럽고, 부유한 것이었다. 
그것은 고난 속에 있었다.  가련하게도 결국 몰락의 길을 갈지라도, 
내 인생의 핵심은 숭고했고, 나의 용모는 홀륭했고, 혈통도 종았다. 
내 삶에서 중요한 것은 돈 몇 푼이 아니라 별이었다.(p197)

 

고통은 자랑스러운 것입니다. 내 인생이 쓰디쓴 소금에 절인 장아찌라도 그 핵심은 숭고하고 고귀하며 찬란하게 빛나는 밤하늘의 별인 것입니다.

<클링조어의 마지막여름>에서 몰락의 소멸이 아닌 새로운 탄생의 시작임을 알려주었습니다.

삶의 고통은 알지만 절망하지 않는다는 힐러는 모든 생각과 형상들이 내 마음속에 있고 그 패는 내가 선택할 수 있음을 알며 새로운 시민으로 돌아갑니다.

'깨달음이란 이런 것이구나' 느꼈습니다.

소금이 절여 쓰디 쓴 것이 나의 인생이지만 또한 풍성하고 자랑스럽고 부유한 것이라는 통찰이 삶의 희열을 느끼게 해줍니다.

하리의 가벼워진 어깨와 얼굴에 번지는 미소를 생각하며 나 역시고 가볍고 미소가 번집니다.

나의 통찰은 이렇게 경험하지 못한 세상, 알지만 보지 못한 세상에 대해 이렇게 책으로 만나면서 생기는 것 같습니다.

1060년대 미국에서 이 책을 서점에서 품귀현상으로 구할 수 없었다는 것이 바로 이런 기쁨과 통찰을 알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능란한 체스군은 나 자신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체스 말들로 계속 새로운 판을 짜다. 
모든 판이 대체로 비슷하고, 모두가 같은 세계에 속하고, 같은 계통에서 나온 것처럼 보였지만, 
또한 각각의 판이 매번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다.
"이것이 삶의 기술이라오." 그가 강의하듯이 말했다.
 "당신 자신이 인생이라는 판을 마음대로 짜고,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소. 
형클어또릴 수도, 풍요롭게 할 수도 있는 것이오. 
그건 당신 손에 달렸소.(p269)

 

체스판을 내가 다시 짭니다. 이 얼마나 짜릿하고 통쾌한 한 방인가요?

어떤 판을 짜시겠습니까?

내가 선택과 결정으로 삶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이야기 합니다.

나의 마음에서 본질을 찾아 깨달으면서 살기, 

 

<하리의 처형>이라는 한 챕터

바로 ' 진중함을 버려라' 인가요?

 

인간이 천개의 영혼을 지닌다(179)

 

내 안에 잠자고 있는 천개의 영혼 중에서 어떤 영혼을 깨우시겠습까?

 

물질일까? 인간일까? 책을 읽는 동안 계속 질문하게 된다며 함께 읽은 소감을 나누어주었습니다.

나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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