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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리뷰:상처와 용서를 넘은 깊은 울림

by 슬기맘오똑이 2024.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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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리뷰:상처와 용서를 넘은 깊은 울림

 

 

공지영 작가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바람천사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20년 전에 읽었었는데 그때 마음이 많이 아프고 무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시 읽게 되어 왠지 불편한 마음이 들었어요. 소설도 시대에 따라서 조금씩 트렌드가 변하는데 그 시절에 눈물샘을 자극했었는데 지금도 읽으면서 또 눈물이 났습니다. 내가 아플 때 읽어서 너무 무거웠는데 지금 다시 읽으면서 무겁기도 하지만 그 안에 삶을 지탱하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공통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누구나  다정한 사람과 인정을 받고 사랑을 나누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그런 사랑도 다 많이 아픕니다. 아프지만 그래도 서로 상처를 보듬어주면서 살아가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만 더 내가 인정해 주고 사랑을 표현해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의 사랑을 한번도 받아본 적 없는 삶

 

내용물을 뽑아낸 종이상자처럼 구겨진 채로 우리는 그리로 실려 갔습니다. 떠나던 날 아침 보이지 않는 눈으로 엄마를 찾는다고, 두 손을 휘저으며 엄마, 엄마 부르며 울고 있는 은수를 내게 밀치고 싸늘히 부엌으로 들어가 버리던 엄마의 모습을 나는 두 눈을 똑똑히 뜨고 기억했습니다. 우리는 다시 버림받았고 그건 처음의 것과는 분명 다른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돌이킬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들에겐 마지막 남은 기다림마저 사라졌습니다. 이제 은수에게뿐 아니라 내게도, 온 우주의 빛이 꺼졌습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한 번도 잘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윤수의 이 말은 그의 고통스러운 삶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어린 시절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그는 끊임없이 방치와 학대를 경험했습니다. 동생의 장애, 어머니의 부재, 그리고 가난 속에서 그는 가해자가 되어버린 피해자였습니다.  피해자에서 남에게 해를 끼치는 가해자가 되어가는 현실이 읽으면서 가슴이 아팠고 또 지은 죄를 또 다른 인간이 사형이라는 제도로 또 다른 살인을 하는 상황이 답답하면서 어떻게 용서와 이해를 해야 하는 건가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의 상황을 단순히 동정하지 않도록 만듭니다. 대신, 윤수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 약자를 방치하는 우리의 무관심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그의 범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지만, 그 범죄의 씨앗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착한 거, 그거 바보 같은 거 아니야. 가엾게 여기는 마음, 그거 무른 거 아니야. 남 때문에 우는 거, 자기가 잘못한 거 생각하면서 가슴 아픈 거, 그게 설사 감상이든 뭐든 그거 예쁘고 좋은 거야. 열심히 마음 주다가 상처받는 거, 그거 창피한 거 아니야..... 정말로 진심을 다하는 사람은 상처도 많이 받지만 극복도 잘하는 법이야.
고모가 너보다 많이 살면서 정말 깨달은 거는 그거야."

 

유정이를 생각하는 수녀님의 진심어린 말이  유정이게 따스한 빛이 되었을 것입니다. 성서에 나오는 말씀 중에 믿음으로 살아가라라고 합니다.  때로는 마음먹은 대로 안되고 초라해지고 또 아픈 상처로 고통을 느끼지만 그래도 진심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살아가면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조금씩 가지 않을까 위로가 됩니다.

내가 미약하지만 그래도 진심을 전하는 사람이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 잘 될거라는 희망이 생깁니다.

수녀님처럼 눈에 보이지 않고 잘 모르지만 누군가 나를 위해서 기도해 주고 나도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을 내어봅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어주고 서로 다정한 사람이 되어 존중하면 서로의 가치를 인정해주면 유정이나 윤수처럼 외롭게 혼자 아프지 않을 것 입니다. 

 

 

 

 

 

깨달음에는 아픔이 필요해

 

아는 것과 깨닫는 거에 차이가 있다면 깨닫기 위해서는 아품이 필요하다는 거야

 

 

이 문장은 이 책의 핵심 메시지라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인간다움을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습니다. 책을 읽으며 많은 독자들이 느꼈을 두 가지 감정은 아픔과 위로일 것입니다. 이 두 감정은 윤수와 유정이라는 두 주인공을 통해 생생히 그려집니다.

사랑으로 상처를 받지만 그 상처를 보듬어주고 회복시키는 것도 사랑이라 생각합니다. 

법정 스님의 말씀 중에 8가지 보시가 있습니다. 나누는 보시, 세상을 사는 바라밀, 따듯한 마음, 작은 것, 적은 것으로 만족하기, 부드러운 말, 남을 돕지 못하더라도 해를 끼 지지 말라, 시간을 헛되이 쓰지 마라, 남에게 덕이 되도록 해라 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 따듯한 마음, 다정한 말의 보시를 행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살면서 상처 없이 사는 사람이 없으니 그 상처를 서로 보듬어주면서 살아가면 조금은 덜 아프지 않고 웃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깨달으려면 아파야 하는데, 그게 남이든 자기 자신이든 아프려면 바라봐야 하고, 느껴야 하고, 이해해야 했다. 그러고 보면 깨달음이 바탕이 되는 진정한 삶은 연민 없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연민은 이해 없이 존재하지 않고, 이해는 관심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관심이다.

 

"사랑은 관심이다. 몰랐다고 말한 큰오빠는 그러므로 나를 사랑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유정은 외적으로는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내적으로는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서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녀의 어머니가 던진 "니가 먼저 꼬리를 친 거 아니냐?"는 말은 가족의 사랑이 그녀에게 얼마나 절실했는지, 그리고 그 사랑의 부재가 얼마나 큰 상처를 남겼는지를 보여줍니다. 

 

사랑까지 가기에는 관심과 이해 연민이 있어야 사랑으로 갈 수 있다. 유정의 이야기는 물질적 풍요가 결코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이와 동시에, 그녀가 윤수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직면하고 치유해 가는 과정을 따라가며 독자들도 자신만의 상처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들의 삶을 통해서 내 삶을 돌아보며 상처없기를 바라지 말고 그 상처를 어떻게 이겨내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좀 더 따듯하게 가져야겠습니다.

 

 

 

모른다,라는 말은 어쩌면 면죄의 말이 아니라, 사랑의 반대말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정의의 반대말이기도 하고 연민의 반대말이기도 하고 이해의 반대말이기도 하며 인간들이 서로 가져야 할 모든 진정한 연대의식의 반대말이기도 한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용서나 사랑을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습니다. 사랑이란 상대방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연민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윤수와 유정은 서로의 전혀 다른 배경과 고통 속에서 만나,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연민을 느끼고 마침내 사랑에 도달합니다.

모니카 수녀님은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윤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를 인간으로 대우하며,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사랑을 전합니다. 그녀의 행동은 독자들에게 우리가 작은 관심과 이해를 통해 얼마나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 알려줍니다.

 

 

 

 

 

"상처를 주는 것도 인간이고, 위로를 주는 것도 인간이다."
이 책은 결국 인간다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고통스러운 삶이라도 관심과 사랑이 있다면 변화의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독자로 하여금 울고, 고민하고, 또 마음을 울리는 이 이야기는 책을 덮고 나서도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단순히 아픈 이야기를 전달하는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우리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그리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어떤 희망을 전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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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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