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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클레이 키건의 대표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

by 슬기맘오똑이 2024.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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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레이 키건의 대표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라는 제목에서 '  무수한 사소한 것들에서 무엇을?'이라는 질문으로 작가의 이야기가 궁금하여 책장을 넘겼다.


 

한 세대에 한 명씩만 나오는 작가라는 평을 듣는 클레어 키건은 24년간 활동하면서 단 4권의 책을 냈는데 모든 작품은 다 얇고 예리하며 문학적인 호평을 받았다.

가디언은 키건의 작품을 두고 " 탄광 속의  다이아몬드처럼 희귀하고 진귀하다" 라고 했다.

이 책은 18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 아일랜드 정부의 협조하에 가톨릭 수녀원이 운영하며 불법적인 잔혹 행위를 저질렀던 '막달레나 세탁소'를 배경으로, 자칫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치밀하게 그려낸 소설이라고 소개되었다.





 

10월에 나무가 누레졌다. 그때 시계를 한 시간 뒤로 돌렸고
11월의 바람이 길게 불어와 잎을 뜯어내 나무를 벌거 벗겼다.
뉴로스 타운 굴뚝에서 흘러나온 연기는 가라앉아
북슬한 끈처럼 길게 흘러가다가 부두를 따라 흘어졌고,
곧 흑맥주처럼 검은 배로Barrow강이 빗물에 몸이 불었다.
사람들은 침울했지만 그럭저럭 날씨를 견뎠다.(p11)

 
책의 첫 문장에서 숨이 턱 막혔다.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으면 문장을 몇 번을 읽었다.
10월의 날씨와 검붉게 저물어가는 부두와 바다의 장엄한 모습에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오는 것만 같았다.
무엇을 암시하는 것일까? 내포되어 있는 작가의 시선으로 거리 풍경을 샅샅이 찾아보았다.

 
옮긴이의 글에서 작가의 말을 실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문장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미루어 짐작하면서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문장은 감정의 깊이가 다르고 색체의 미묘한 차이가 있어서 읽는 사람의 마음을 더 깊게 파고든다.
이것이 작가의 탁월한 재능인 것 같다.
좋은 글은 같은 내용이라도 작가의 생각을 독자가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의 내면을 깊이 사유할 수 있도록 이끄는 글이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쉬우면서도 술술 읽히는데 자꾸 생각하게 하고 질문하면서 글 속에 내가 흡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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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갔다. 멈취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까, 펄롱은 생각했다.
삶이 달라질까 아니면 그래도 마찬가지일까-아니면 그저 일상이 엉망진창 흐트러지고 말까?(p29)

* 펼롱은 정신을 다잡고는 한번 지나간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을 정리했다. 각자에게 나날과 기회가 주어지고 지나가면 돌이킬 수가 없는 거라고. 게다가 여기에서 이렇게 지나간 날들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게, 비록 기분이 심란해지기는 해도 다행히 아닌가 싶었다. 날마다 되풀이되는 일과를 머릿속으로 돌려보고 실제로 닥칠지 아닐지 모르는 문제를 고민하느니보다는.(p36)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 주었다. "자랑스럽게 생각하렴'. 미시즈 윌슨이 말했다. 그날 종일, 그 뒤로도 얼마간 펄롱은 키가 한 뼘은 자란 기분으로 자기가 다른 아이들과 다를바 없이 소중한 존재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돌아다녔다(p37)

*두 사람은 계속 걸었고 필롱이 알거나 모르는 사람들을 더 마주쳤다. 문특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을,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아이를 데리고 걸으면서 필롱은 얼마나 몸이 가볍고 당당한 느낌이던지 가슴속에 새롭고 새삼스럽고 뭔지 모를 기쁨이 솟았다.(p120)

*펄롱은 미시즈 윌슨을, 그분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을,어떻게 펄롱을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무얼 알았을지를 생각했다. 그것들이 한데 합해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p120)

 
 

석탄을 배달하다 우연히 갇혀있는 한 아이의 처참한 모습을  발견했지만 수녀원장의 말에 모른 척 나오지만 아이의 불안한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다.
때로는 모른척하는 것도 있어야 한다는 경고를 받지만  불우한 유년시절에 친자식처럼 따듯하게 자신을 챙겨주던 미시즈 윌슨의 사랑으로 자신이 감사와 행복을 아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생활에 바빠서 언제나 쉼없이 돌아가는 시계처럼 달려만 간다면 삶이 어떻게 될까?
드라마에서 아이들이 한 아이를 괴롭히는 모습을 보았지만 듣지 못해 상황을 잘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척하는 것이 불편하여 모른 척 지나간다. 그 뒤 같은 상황을 보게 되고 자신의 어른답지 못한 행동에 사과를 하는 장면이 나왔다.




'내일이 아닌데 뭘'
' 아는 척하다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어떻게?' 라는 생각으로 애써 외면했던 순간들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다.
펄롱의 용기 있는 결단에 피어나지 못하고 시들뻔했던 여린 아이의 삶이 열리게 되어 참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펄롱의 용기 있는 결단은 아주 사소한 일이 아니다.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바뀔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에게 희망을 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다.

누구도 돌보지 않았던 자신을  쓰다듬으며 '참 잘했다' 라며 따듯한 눈길로 지지를 보내주던 미시즈 윌슨으로 가난하지만 사랑하는 딸과 아내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 마음을 내다'는 큰 선물이나 사랑을 말하지 않는다.
자신의 작은 존재를 드러낼 수 없어서 조용히 잔잔한 사랑과 응원을 보냈던 네드,
펄롱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하며 격려를 보내주었던 마지스 윌슨,
추위에 고생하는 이웃집에 석탄을 내려놓고 가는 펄롱.
그 따듯한 마음에 감사의 카드를 보내주는 사람들,

비싸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작은 사소한 행동과 관심이 삶을 살아가게 하고
외롭고 버거워 힘들지라도 내일 다시 시작하는 힘을 내게 한다.

'너는 소중한 사람이야'
말하지 않아도 웃어주는 미소에, 따듯한 손길에, 건네는 다정한 말에서 느낄 수 있다.
특별하지 않고 작고 작아서 눈에 띄지 않아도 우리는 느낄 수 있고 알 수 있다.
사람다움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그런 마음이 필요하다.


 
 





이 소설은 '기억할 만한 지나침'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 속에서  나뭇가지의 흔들림의 순간을 발견하는 것처럼 잊혀지지 않고 작고 소중한  사소한 것들을 붙잡아야할 이유를 알려준다.
어둠을 뚫고 새 하늘이 열린다. 속속히 환하게 비춰주는 햇살의 따사로움이 세상의 아침을 연다.
 
 
 http://Athog.me/t7qkdzp92t

이처럼 사소한 것들 - 예스24

한 세대에 한 명씩만 나오는 작가, 클레어 키건의 대표작!* 문학평론가 신형철, 르포작가 은유 추천* 2022 부커상 최종후보* 2022 오웰상 소설 부문 수상* 킬리언 머피 주연·제작 영화화2023년 4월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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