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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법정과 최인호의 산방 대담 [꽃잎은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by 슬기맘오똑이 2023.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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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책을 살펴보다가 [꽃잎은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법정스님과 최인호 작가님의 산방 대담 책을 발견하였습니다.  책을 읽는 순간 가을바람 타고 날아온 붉은 단풍잎처럼 저의 가슴을 물드린다

 

 

자네와 내가 이별 할 인연이 되었나 보구려. 
그럼 잘 있게. 그동안 고마웠네.(p18)

온다 간다는 문안 인사나 작벌 인사도 없이 훌쩍 소매를 떨치고 빈자리만 남기고 사라지던 밀짚모자를 쓴 법정 스님의 뒷모습. 그는 지금 그 뒷모습으로 긴 그림자를 펼치며 이승의 생애에서 피안의 바라밀다로 떠나가고 있는 것이다.
법정  평생 동안 무소유하려 하였던 서슬 퍼런 수행자.(p9)

법정 스님의 영정을 마주하면서 최인호 작가님이 생전에 산방에서의 스님과 짧은 대담을 기억하며 담담히 적었다.

 

 

 

 

촛불을 켜 놓고 편안한 자세로 아무 생각 없이 기대앉아 있으면 아주 좋아요. 
텅 빈 상태에서 어떤 메아리가 울려오기 시작합니다(p37)

 

 

행복은 밖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다고 스님은 말씀하셨다. 지병인 천식으로 이른 새벽에 잠을 깨고 앉아 있다 보면 정신이 맑고 투명해졌다고 합니다. 촛불을 켜 놓고 따듯한 차를 끓이면 향기로운 차향과 상쾌한 새벽공기와 시냇물소리,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고요함 속에 은은하게 피어나는 맑음에 이것이 별천지라 하셨다. 기침을 하지 않으면 어찌 이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오히려 좋은 선물이다 하신다.

뭐든 생각하기에 달려 있다. 어제 출근길에 무심하게 파란 하늘을 바라보았는데 바람에 나뭇잎들이 흔들리고 햇살의 반사되어 마치 나뭇잎들이 박수를 치는 것 같았다. '오늘도 좋은 하루! 응원해' 나에게 응원 박수를 보내주는 듯했다.

왠지 발걸음이 가볍고 마음이 즐거워 하루가 행복했다. 

누구의 응원보다 자연이 전해주는 응원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는 것, 이런 것이 행복이 아닐까?

 

 

소욕지족, 작은 것을 갖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알면, 행복을 보는 눈이 열리겠지요.
일상적이고 지극히 사소한 일에 행복의 씨앗이 있다고 생각됩니다.(p41)

 

 

새벽의 산방의 모습을 그려본다.

 

 

 

 

 

 

 

친구지간이든 부부지간이든, 인간관계의 기본은 신의와 예절이지요. 
가족이 해체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신의와 예절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가까울수록 예절을 차려야 하는데 서로 무례하고 예절이 생략되어 버렸기 때문에
공동체 유대에도 균열이 간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것을 느낄 때마다 저는 늘 속으로 
'그럼 나는 하루하루를 신의와 예절을 챙기며 살고 있는가?' 이렇게 묻곤 하지요.
그러면 내 행동에 좀 더 책임감을 갖게 됩니다.(p61)

 

나는 얼마나 신의와 예절을 챙기고 있는가 스님의 화두가 나의 화두가 된다.

믿고 신뢰하고 사랑한다고 하여 오히려 행동과 태도에 주의하지 않고  더 상처 주고 소홀해하지 않았는지 살펴본다.

친절과 이해가 당연하다 느끼며 무심하게 넘기지는 않았는지, 내 생각이 옳다 주장하며 내 말만 하지 않았는지 

내 행동에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이 되자.

 

 

 

 

 

 

사람은 때로 외로울 수 있어야 합니다. 외로움을 모르면 삶이 무디어져요.
하지만 외로움에 갇혀 있으면 침체되지요.
 외로움은 옆구리로 스쳐 지나가는 마른바람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그런 바람을 쏘이면 사람이 맑아집니다.(p142)

 

요즘 우리는 각자 참 외롭고 고독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군중 속의 고독을 느껴서 외로움에 상처받고 아파한다. 그러나 고독은 본질이 아닌가 한다. 혼자 태어나서 혼자 죽어간다. 태어남과 동시에 우리는 고독을 입고 있다. 고독 속에서 그림자와 상처가 있어도 더 배우려고 하고 깨달으며 성숙할 수 있다. 

옆구리를 시리게 하는 바람이 불면 옷깃을 여미게 되듯이 고독이라는 나만의 월드에서  나를 깨우는 시간을 갖자.

 

 

 

세상에서 제일 먼 여행이 뭔지 아시오? 머리에서 마음으로 가는 여행입니다.
추기경 말씀처럼 우리가 생각하는 것하고 마음 하고는 투 도어(two door) 냉장고처럼 분리되어 있어요.
머리들이야 다 좋지요.
그러나 그것이 마음으로까지 가느냐, 그게 문제겠지요.(p157)

 

 

가장 먼 여행이 세계여행, 우주여행이 아니라 머리에 사 마음으로 가는 길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돌부처처럼 부동의 자세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담배가 몸에 좋지 않아 끊어야 한다면서도 매일 담배를 피우는 신랑에게 이야기를 하면 '끊을 거야!'라고 대답만 한다.

열심히 공부해야지 생각하지만 어느새 핸드폰으로 눈이 옮겨가고 엉덩이가 덜썩거린다

먼 여행길을 떠나기 전에 환경설정과 긍정확언으로 마음에 아로새기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말자.

 

 

 

 

 

출가해서 수도하는 사람이 무슨 일이든 아끼고 절약해서 시주한 사람의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 
가난하게 사는 것이 부자 사람이고 되도록 몸에 지니지 않는 무소유야말로
참으로 전부를 갖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p185)

 

법정 스님이 법정 사미일 때 우물가에서 설거지를 하고 돌아올 때 스승 효봉스님이 법정 사미에게 빈 그릇을 가지고 오게 하여 바닥에 떨어진 밥알과 시래기를 주워 씻어서 먹으면서 말씀하셨다고 한다.

법정 스님의 철저한 무소유는 효봉스님의 가르침으로 물려받은 유산이었다.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서 더 고통스럽고 자유롭지 못하다. 장롱에 옷이 한가득 이어도 계절이 바뀌면 입을 옷이 없다고 옷을 사고 있는 나를 반성한다. 많이 먹어서 살이 찌고 365일이 다이어트와 전쟁이다. 모든 것이 과한 욕심에서 비롯된다.

스님은 1971년에 쓴 [미리 쓰는 유서]에서 내가 죽으면 본래 가진 것이 없어서 번거로울 일 없지만 혹시 몇 권이 책이 남거든 신문 배달하는 아이에게 주고 싶다 하셨다.

스님의 무소유는 넘쳐나는 물질 속에서 빈곤을 느끼는 우리에게 진정으로 삶을 넉넉하고 풍요롭게 사는 법을 알려주었다.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헛맹세에. 
어느 날 봄날은 오고, 그리고 봄날은 언젠가 갈 것이다.(p190)

 

법정 스님은 육신의 옷을 벗고 날아가고 싶은 곳이 어린 왕자가 사는 별이다 말씀하셨다고 한다.

어린 왕자와 두개의 의자를 넣고 장미에 물을 주며 자리를 옮겨가며 해지는 모습, 해뜨는 모습을 보고 계시겠다.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봐야 한다고 이야기 한 어린왕자와 소담스럽게 이야기 꽃을 피우시겠다.

그러면 이 세상도 봄의 꽃을 피우겠지.

 

가을은 단풍이 물들어가고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나무는 몸을 최고로 가볍게 하고 그렇게 겨울이 지나면 봄을 또 기쁘게 맞이하겠다.

 

법정스님과 최인호 작가님의 따듯한 산방 담화에서 봄의 꽃을 설레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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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 예스24

“세상을 떠난 두 거인, 한 권의 책 속에서 동행하다”『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는 2003년 4월, 길상사 요사채에서 가진 법정과 최인호의 네 시간에 걸친 대담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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