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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나를 위로하는 소설-최은영의 장편소설 <밝은 밤>

by 슬기맘오똑이 2023.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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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책을 검색하다가 따듯하고 감성적인 소설로 칭찬 리뷰가 많아서 읽고 싶다고 추천하여 책을 만났다.
삼천이라고 불리는 여린 여자아이의 고단하고 애달픈 삶의 전개로 시작하여 할머니 엄마 그리고 오늘의 나의 이야기 속으로 시간은 흘러든다.
만나지도 못한 증조할머니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며 신비하기도 하고  시린 마음 한구석이 왠지 따듯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무치게 외로운 마음에 나와 닮은 할머니의 이야기가 위로가 되고 쉼이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따듯한 연대감으로  존재의 귀함을 알아가는 나는 밝은 밤을 거닐고 있다.
 
 

나는 바깥에서 슬픈 일을 겪었을 때
집에 와서 부모에게 이야기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울었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한 뒤 집으로 가는 아이였다.
그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무 잘못도 없는데 방어할 힘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공격당하곤 하던 내 존재를
부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자존심도 있었던 것 같다.(p106)

 
나도 그랬다. 어떠한 불합리하거나 속상한 일이 있어도 티를 내지 않았다.
작가처럼 걱정을 끼칠까봐도 있었지만 나약하여 방어할 힘이 없는 나 자신을 들키기 싫어서였던 것 같다. 왜 미리 겁먹고 방어하지 못했을까? 무엇이 무서웠을까? 외면당하는 것, 나쁜 사람의 낙인이 두려웠던 건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며 살아왔던 것 같다.
이제는 마음의 방화벽을 쌓기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그 힘을 기르고 있다.

 



 

나는 내 존재를 증명하지 않고 사는 법을 몰랐다(p174)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어떠한 힘든 상황이 오더라도 굴하지 않고 잘 헤쳐나갔다. 그래서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가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나의 sns닉네임도 ' 슬기맘 오뚝이'로 쓸 만큼 나 또한 긍정과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나를 나타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인생을 달성해야 할 서바이벌 게임으로  생각하고 언제나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무엇을 증명하려고 애를 쓰는 것일까?
증명하지 않으면 나의 존재는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인가?
누군가의 딸로,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사회인으로 열심히의 아이콘처럼 살아왔던 나
그 힘듦과 버거움이 느껴질 때 무너지게 된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글을 쓰면서 내 안에 웅크리며 애를 쓰는 또 다른 나를 만나고 그 마음을 들어주며 느껴보려고 글을 쓴다.
' 네 존재 자체만으로도 넌 귀하고 멋진 사람이야.
애쓰지 마. 너의 모습 그대로 즐겁게 살아가' 용기와 응원을 보낸다.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그렇게 감탄을 잘하니 앞으로 벌어질 인생을 얼마나 풍요롭게 받아들일까 싶었어.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우와 '하면서 살아가겠구나. 그게 나의 희망이었던 것 같아.(p355)

 

'우와!' 입으로 나와 다시 내 귀로 듣는 감탄사는 삶을 즐겁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그저 그런 일상에서 흘려보내기보다는 다르게 보면서 짧은 감탄사를 내면서 명랑과 가벼움의 색채를 입히자.
그러면 삶은 다채롭고 풍요로운 화음을 연주할 것이다. 명랑함의 마법의 재료를 뿌려보자.

 

 

 

 


내가 지금의 나이면서 세 살의 나이기도 하고
열일곱 살의 나이기도 하다는 것도
내게서 버려진 내가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사실도
그 애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관심을 바라면서 누구도 아닌 나에게 위로받기를 원하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p378)


남편의 배신으로 이혼의 상처를 안고 어린 시절 잠깐 머물던 할머니집이 있는 희령으로 내려오면서 소설은 시작한다.
외롭고 서럽고 상처받은 몸을 질질 끌고 사는데 어린 시절 짧은 행복을 느끼게 되었던 할머니를 만나면서
옛날이야기 증조할머니의 삶부터 엄마의 삶의 인생경로를 찾아가며 자신 안에 깊게 쌓인 고독을 꺼내 먼지를 털어내고 물로 씻어가면서 할머니를 이해하고 엄마를 이해하며 자신을 이해하게 되었다.
지금 현재를 산다고 하지만
과거, 미래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 연기성' 인가?
모두 연결되어 자금의 나를 만들고 또 미래의 나를 만들 것이다.

함께 살아가야 한다. 과거, 현재, 미래,
어떻게 함께 살아야 할까?
내 안에 질문하며 답을 찾는다.

 


어머니는 일평생이 그런 식이었죠. 바들바들 떨면서도
제 손을 잡고 걸어갔어요. 어머니는 내가 살면서 가장 사랑한 사람
이었어요. 무서워서 떨면서도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 나는 어머니를
닮고 싶었어요(p373)


우리는 그렇게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고 따라가며 닮고 있다. 우직하면서도 배려가 많으신 아버지의 뒷모습, 작은 체구에도 당당하면서도 거침없이 일을 하시는 엄마의 굽은 등을 보면서 지금의 나로 서있는 것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까? 무서우면서도 그래도 용기를 내고 전쟁 피난길을 떠나는 희자엄마처럼 그런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내가 든든하게 너를 지켜줄게'

'겁쟁이처럼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사라 가는 거야'

든든한 응원과 따듯한 지지가 힘든 삶이라도 외로움과 고통의 굴레에서도 나를 잃지 않고 단단하게 걸어갈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영옥아. 영옥아. 이렇게 불러본다 항상 건강해라. 건강해라, 영옥아(p251)

 

전쟁통에서 만난 명랑한 영옥이를 귀여워하던 뚝뚝하고 표현하지 않았던 명옥할머니가 이별 후에 사무치는 그리움, 사랑하는 마음을 세상을 떠나면서 영옥이에게 남긴 편지이다.

'영옥아, 영옥아' 불러주는 그 이름에서 할머니의 애잔한 마음이 전해져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떨어져 있어도, 물리적인 상황으로 만나지 못해도 언제나 그리워하며 지지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삶이다.

 

'밥 먹었어?. 안 먹었지. 나랑 같이 밥 먹자' 하며 뜨거운 설렁탕 국물에 밥을 꾹꾹 말아주던 친구의 모습이 떠올랐다.

가장 힘들고 삶이 무너지는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 어떠한 위로의 말보다 지친 나의 손을 잡고 밥숟가락을 쥐어주던 그 친구의 모습에서 큰 위안과 힘을 받았다.

 

삶이 넉넉하지 않았던 할머니들이 그 힘든 시기를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작지만 소중한 나를 지지해 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를 살게 하고 웃게 만드는 고마운 마음들이 나를 이끌고 가고 있다.

나를 사랑하는 모습에서 밤이지만 밝은 빛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http://Athog.me/t7e72l9g58

 

밝은 밤 (특별 한정 에디션) - 예스24

제29회 대산문학상 수상작『밝은 밤』 특별 한정 에디션백 년의 시간을 감싸안으며 이어지는 사랑과 숨의 기록 이야기가 가진 본연의 힘과 사람을 향한 믿음을 끝까지 붙들며 한국문학의 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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